리메이크 3화

리메이크 3화

‘뭐…. 대체 뭐야 이게…!’

[죽음 +1 증가!]

눈을 떠보니 다시 게이트 앞, 차가운 돌바닥 위였다.

방금 전까지 나를 집어삼켰던 어둠의 감각만이 생생했다.

그 뒤의 기억은 없다.

특정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되는건가?

우리는 슬라임들을 처리하고, 다시 보스 슬라임과 마주했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해야 저 암흑이 발동되는 거지? 조금씩 다가가 봐야겠어.’

다른 헌터들은 여전히 보스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우선, 여러분은 혹시 모르니 헌터 관리국에 지원 요청을 넣어주십시오. 제가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힘 +1 증가!]

[민첩성 +1 증가!]

[지능 +1 증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침착한 목소리였다.

방금 죽었던 놈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작은 목단검을 고쳐 쥐고, 이번엔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슬라임 보스에게 다가갔다.

거대한 녹색 덩어리는 내가 다가가기 전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열 걸음 정도 남았을까. 아직 아무 일도 없다.

다섯 걸음. 여전히 괜찮아.

세 걸음....

두 걸음....

‘이 쯤이려나?!’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저 녀석은 영원히 저러고 있을 거라는 점이다.

먼저 움직이게 만들어야한다.

짝ㅡ!

나는 시험 삼아 박수를 쳐봤다.

“네! 연락했어요!”

아, 파란 머리띠 유성현은 내가 보낸 신호인 줄 착각했나 보다.

폐허 안에 박수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지만, 보스는 여전히 꿈틀거릴 뿐 반응이 없었다.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건가?

즉, 이 녀석은 일정 사거리 안에 무언가가 감지되어야만 반응한다.

하지만 그 사정거리에 들어가면 암흑에 뒤덮인다.

어떻게 공략해야하지?

‘느낌.... 그래, 감각을 믿어보자. 암흑이 덮치기 직전, 분명 뭔가 다른 반응이 있을거야. 그걸 잡아내야 해’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때! 전혀 움직이지 않던 슬라임 보스의 표면에서 점액질 일부가 꿈틀거리며 일직선으로 나를 향해 쏘아지려는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지금이다!’

채앵!

[민첩성 +1 증가!]

[지능 + 1 증가!]

나는 작은 목단검으로 바닥을 강하게 긋는 동시에 재빨리 왼쪽으로 몸을 굴렀다.

방금 내가 섰던 자리에 점액질 촉수가 파고들며 바닥을 녹였다.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땅에 표시를 남긴 것이었다.

좋아, 사정거리를 알아냈....

‘아.... 젠장...!’

또다시 눈앞이 암전되며 의식이 끊겼다.

[죽음 +1 증가!]

그래도 괜찮다.

이번엔 확실히 거리를 알아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슬라임 보스 앞에 도착해서 보니, 아까 내가 목단검으로 그었던 바닥의 표시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체크했던 위치 자체가 초기화되어 버린 것이다.

목숨만 리셋되는 게 아니라, 특정 시점의 시간 자체가 과거로 돌아가는 건가?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아. 이제 공격 타이밍은 알았으니까.’

뻗어 나오는 점액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

죽어야 할 타이밍에 피해버려서 어리둥절하다 당했던 거니까, 이번엔 그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다시 한번 달려들어 점액이 뻗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왼쪽으로 굴렀다. 성공!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니, 보스는 반대쪽에서도 또 다른 점액 촉수를 뻗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보인다고...!’

[민첩성 +1 증가!]

다시 한번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빈틈을 노려 작은 목단검으로 거대한 몸통을 힘껏 찔렀다.

푸욱!

공격이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깊지는 않았다.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해 즉시 오른쪽으로 굴러 거리를 벌렸다.

슬라임 보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꿈틀거릴 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젠장, 나 혼자서는 하루 종일 걸리겠는데?’

이 방법을 다른 헌터들에게 알려주고 함깨 싸워야 한다.

혼자서는 무리다.

나는 뒤쪽의 헌터들을 향해 말했다.

“자, 여러분. 저희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겁니다.”

우선 멋있게 이목을 끌고,

“저 슬라임 보스는 사정거리에 진입하면 점액 촋를 뻗어 공격합니다. 반드시 그걸 조심하면서....”

그때, 파란머리띠를 두른 유성현이 내 말을 끊었다.

“아, 암흑 장막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거 피하기 꽤 까다롭죠.”

“네? 아.... 네, 그거요.”

순간 당황해서 되물었다,

암흑 장막? 저걸 그렇게 부르는 건가?

어떻게 알고 있었지?

유성현은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도 예전에 비슷한 녀석을 만나본 적이 있어서요. 슬라임 보스가 살포하는 검은 점액 포자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죠. 그게 암흑 장막입니다.”

“마.... 맞아요. 그거요. 암흑장막. 그걸 조심해야 합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넘겼다.

‘알고 있었으면 진작 좀 알려주지.... 사람 무안하게 말이야.’

어쨋든 결론은,

“다같이 공격합시다!”

나는 작은 목단검을, 유성현은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쇠망치를, 이주혁은 날렵한 장칼을, 그리고 어여쁜 김수린 헌터는 등 뒤의 장궁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네 명의 헌터가 함께 슬라임 보스를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콰쾅!

챙!

휙!

퍼퍽!

공격은 아주 잘 먹혀들어갔다.

유성현의 망치가 보스의 몸체를 둔탁하게 후려치고,

이주혁의 장칼이 점액질을 갈랐으며,

김수린의 화살이 물컹한 점액질을 꿰뚫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파고들어 빈틈을 노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며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방어했다.

암흑 장막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 빠르게, 더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슬라임 보스의 거대한 형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생명력과 직결되는 모양이다.

그때, 슬라임 보스의 몸체 여기저기서 작은 슬라임 몬스터들이 터져 나오듯 분열하기 시작했다.

“작은 놈들 먼저 처리해요!”

유성현이 외쳤다.

이미 여러 번 죽으며 잡아본 경험이 있기에, 이 정도 잡몹들은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민첩성 +1 증가!]

[힘 +1 증가!]

[지능 +1 증가!]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

수많은 알림창들이 시야를 가렸지만, 우선 무시하고 슬라임 보스에게 집중해야 한다.

보스의 형체가 이제 처음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나는 짜잘한 슬라임들을 발로 걷어차며 보스에게 빠르게 접근하여, 있는 힘껏 목단검을 휘둘렀다.

펑ㅡ!

강한 일격에 슬라임 보스의 몸체가 푸른 액체를 사방으로 튀기며 터져버렸다!

‘좋았어!’

[슬라임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민첩성 +1 증가!]

[힘 +1 증가!]

[지능 +1 증가!]

...

..

.

[5,000 시길(σ)을 획득했습니다!]

[슬라임의 말랑 장갑을 획득했습니다!]

[슬라임의 말랑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슬라임의 말랑 장갑]

[등급 : 고급]

[분류 : 건틀렛]

[유형 : 무기]

[설명 : 끈적이는 슬라임의 점액질이 특수 코팅되어 있어, 착용자의 잡기 능력을 보조하고 미끄러짐을 방지합니다. 약한 충격 및 부식 저항 효과를 지닙니다.]

[슬라임의 말랑 갑옷]

[등급 : 고급]

[유형 : 방어구]

[분류 : 경갑]

[설명 : 탄성 높은 슬라임 코어로 제작되어 움직임이 매우 유연하며, 물리적 충격(특히 둔기)과 산성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제공합니다.]

[세트 효과 발동!]

[슬라임의 속박(2세트) 효과가 발동됩니다.]

[효과 : 공격 성공 시 또는 피격 시, 대상에게 일시적으로 끈적이는 점액질을 부착시켜 이동 및 공격 속도를 저하시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최대 3회 중첩 가능)]

수많은 알림창 가운데 무기와 방어구를 얻었다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슬라임 보스의 능력이 세트 효과로 계승되는 것 같다.

기분이 짜릿했다!

언제나 바위 뒤에 숨어 떨기만 했던 내가.... 보스를 처리하다니!

헌터들은 이 맛에 목숨 걸고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이구나.

5,000 시길이면.... 아주 맛있는 걸 배터지게 먹고도 남는 금액이다!

아.... 정말 살맛 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어쩌면 이 지옥 같은 인생에도....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떠올렸다.

“절호님! 정말 멋지십니다 덕분에 게이트를 무사히 닫을 수 있겠어요”

감사 인사는 좋은데, 또 이름을 이상하게 부른다.

“아, 유성현 님. 제 이름은 제로....”

“절호님, 다시 봤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니까.... 제 이름은....”

유성현과 이주혁은 내 말을 들을 틈도 없이 서로 어깨를 치며 기뻐하는 덕분에, 이 사람들 기억 속 내 이름은 평생 ‘절호’가 될 것 같다.

“제로라니까....”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네 제로씨. 전 알고 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역시, 얼굴도 예쁜 사람은 마음씨도 예쁘다더니.

진짜구나.

저 가녀린 입술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 이름이 흘러나오더니, 영광이다.

그래, 이건 절호의 찬스다!

“수린 님, 수린 님도 무거운 활을 들고 슬라임들 처리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팔에 알이 베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래서 말인데.... 저와 건강하게 맥주 한잔 하실까요?”

수린님 앞에 있으면 왜 말이 계속 이따위로 나오는지 모르겠다.

태어나서 ‘팔에 알이 베길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같은 말을 들어본적도 없다.

거기다 ‘건강하게 맥주 한잔’이라니... 이게 뭔 개소리야.

그녀는 잠시 허공을 보먀 난처한 듯 미소 짓더니, 입을 열었다.

“앗.... 죄송해요 제가 바로 다음 일정이 있어서....”

그럼 그렇지.

당신 같이 예쁜 사람을 세상이 가만들 리가 없지.

그때, 유성현이 내 앞에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아 어쩌죠, 저도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잔해요!”

넌 또 뭐라는거냐....

나도 남자들이랑 술마실 생각은 없다고.

그때 눈 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떴다.

[30초 후, 게이트가 자동으로 닫힙니다.]

게이트에서 임무를 완수하면 자동으로 닫힌다.

예전엔 이렇게 임무가 끝나면 사람들이 왜 자꾸 모여서 밥이나 술을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목숨을 건 사투 끝에, 함께 죽음의 문턱을 넘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름 모를 전우가 되고,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잠시나마 숨 쉴 이유를 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아남은 자들만의 축제인가.

게이트가 닫히고 현실로 돌아왔다.

이곳은 변함없이 잿빛이었다.

한때 번성했다는 경상남도 순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무너진 건물 잔해와 녹슨 철골 구조물만이 을씨년스럽게 도시의 무덤처럼 남아 있었다.

공기 중에는 매캐한 화학 약품 냄새와 부패한 쓰레기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고, 골목길 구석에는 희망을 잃은 눈빛의 사람들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늘은 늘 뿌연 먼지로 뒤덮여 태양조차 희미했다.

이것이 내가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이었다.

언제나 흙먼지로 가득히 뒤덮인 이곳은 경상남도 순천이다.

옛날엔 이곳에 아주 멋진 강과 화려한 빌딩들이 자리를 차지했다는데, 온데 간데 보이지 않는다.

골목길에선 썩은내가 진동하고,

그래서 더욱 생을 마감하고 싶었다.

이런 지긋지긋한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

D급에서 벗어나면 삶은 조금 더 살만해진다.

C급부터는 매달 급여와 인센티브가 나오고, 게이트 몬스터를 잡아 얻는 시길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쓸 만한 ‘스킬’을 가지고, 그걸 제대로 컨트롤 할 줄 알아야 C급 헌터가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예 희망조차 버렸었다.

난 스킬도 없었기 때문에, C급은 그저 꿈만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처음으로 내게 위로가 되는 것이 생겼다.

“정보"

- 제로

- 스킬 : 불멸 [죽음 : 3]

- 시길 : 20,300σ (+5,000σ)

- 체력 : 100%

- 힘 : 53 (+38)

- 민첩성 : 48 (+33)

- 지능 : 62 (+27)

단 한번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뿐인데, 스탯이 상당히 상승되었다.

가장 궁금한건 역시 ‘죽음’ 카운터다.

숫자가 올라간다는 건, 분명히 어딘가에서 쓸 수 있따는 의미 같은데....

아직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꼬르륵ㅡ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렸다.

우선 밥부터 먹자.

나는 정말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중식집을 방문했다.

물론 아주 허름하고 깨끗하진 않지만,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평소에 먹던 뻑뻑한 통조림을 벗어나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가격은 간짜장과 탕수육 미니, 두 개 합쳐서 4,000 시길.

맥주까지 하면 5,500 시길이다.

“여기 간짜장 곱빼기 하나랑 탕수육 미니 하나요. 아, 시원한 맥주도 한 병 부탁드립니다.”

평소라면 짜장면 보통 한 그릇만 시켜서 건더기까지 핥아 먹었을 텐데.

이렇게 고생하고 노력해서 얻은 돈을 온전히 나를 위해, 내 식욕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이 여유가 참 좋았다.

음식에 돈을 쓴다는게 이런 거구나.

평소엔 밥 한 공기, 라면 한 봉지, 통조림 하나 사 먹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는데.

그래, 돈 까짓거 또 벌면되지.

“간짜장 곱빼기, 탕수육 미니 그리고 맥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주인장의 목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간짜장이 먼저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춘장 소스 위에는 갓 볶아낸 양파와 고기, 그리고 탱글한 면발이 숨 쉬고 있었다.

곧이어 나온 탕수육은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옷을 입고, 그 옆에 새콤달콤한 소스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지막으로 차가운 얼음 잔에 황금빛 맥주가 가득 담겨 나왔다.

하얗고 부드러운 거품이 봉긋하게 차올랐다.

이 냄새, 이 향기! 너무나 그리웠다!

이 냄새, 이 향기. 너무나 그리웠다.

나는 먼저 맥주잔을 들어 단숨에 반 잔을 들이켰다.

차가운 탄산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짜릿한 청량감을 선사했다.

그동안 겪었던 수모와 고생이 이 시원함 속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크하~~~! 이 맛이지!”

중식집 한쪽 구석에서는 낡은 라디오가 지지직거리며 실시간 게이트 중계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TV는 이곳에서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보통 음식점엔 라디오가 설치된 곳이 많다.

[...A급 게이트에서 이제 막 돌아온 김진수 헌터를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진수 헌터님! 이번 게이트는 어떠셨나요?]

[늘 그랬듯이 식은죽 먹기였습니다. 시시하더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제 곧 S급 게이트에도 도전하신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S급이라.... 뭐, 허락만 떨어진다면야.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하하하! 역시 김진수 헌터....]

‘재수없는 말만 골라하네.’

A급은 보통 환경이 훨씬 나은 서울에 거주한다.

거기다 A급 게이트는 몬스터의 차원이 다르다고 들었다.

S급은 우리 같은 밑바닥 헌터들에게는 그저 전설 속 이야기고.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저놈처럼 거만해선 안된다.

가타부타 이미 공인인데, 그것도 A급이면 인지도가 높은 텐데.

사람이 겸손할 줄 알아야지.

저런 높은 자신감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에게나 먹히는 거니까.

‘나도 언젠간 저런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겠지?’

이 불멸이라는 스킬과 함께라면 A급? 아니, S급 게이트도 언젠가는...!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기분 좋은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마지막 남은 탕수육 한 개를 입에 넣었을 때쯤,

어떤 남자가 내 테이블로 다가왔다.

“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