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지잉!
“…?!”
일그러진 공간에서 한두 명씩 사람들이 나타났다.
제로는 사람이 다이브한 것을 처음 봐서 놀란 눈치였다.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노란 곱슬머리 남자가 기지개를 켜며 운을 뗐다.
“으아아~ RQ는 꽁으로 먹는 게 제일 좋다는 말이야~”
턱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그를 살짝 치며 말했다.
“먼저 와 있으신 분도 계시네요.”
노란 머리의 남자는 허리춤에 찬 칼을 들썩이며 세리아에게 가서 악수를 청했다.
“이쪽 리더인가요? 잘 부탁드립니다. 전 타카시입니다. 저긴 제 동료 마르디에고요.”
- 타카시
- 공명자 : 93
- 조율력 : 210
- RQ : 103
- 마르디에
- 공명자 : 73
- 조율력 : 200
- RQ : 107
그녀는 그의 악수를 자연스럽게 거절하며 대답했다.
“전 세리아. 옆에는 제로, 저기 있는 덩치는 미미예요.”
미미는 해맑은 웃음으로 대신 인사를 전했다.
타카시는 말을 이었다.
“제로… 제코 중 한 명이죠? 저번에 다이브 베이에서 베니쉬랑 난리가 났다던데 요즘 그 이야기로 다들 핫해요. 하하.”
“제로 씨, 아주 멋있었어요. 그때 직관으로 봤습니다.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라요.”
“다들 고마워!”
[타카시가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마르디에가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신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세리아는 한숨을 쉬며 동굴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아, 다들 그 얘기 들었어요?”
마르디에는 턱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동굴로 걸어가던 세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최근, 크로딥에서 3명의 키퍼가 죽고, 시체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타카시가 세리아를 쓱 보더니, 마르디에의 말에 덧붙였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 며칠 전에는 3개의 팀이 전멸하고 시체도 발견하지 못했다던데?”
“그런 건 그저 소문 아닌가요?”
세리아가 물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옛 동료한테 직접 들은 거라 신빙성이 있는 내용이라서요…”
지잉!
타카시의 말이 끝나자, 두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 키퍼가 다이브 됐다.
총 3팀이 좌표로 다이브된 것이다.
“어머나! 이게 얼마 만이야! 3팀이나 한 방에 있는 건? 홋홋홋! 전 마딘. 옆에 있는 분은 로지 도련님, 이 건장한 청년은 쥴록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 마딘
- 공명자: 437
- 조율력: 190
- RQ: 95
- 로지
- 공명자: 663
- 조율력: 305
- RQ: 155
- 쥴록
- 공명자: 213
- 조율력: 200
- RQ: 95
짧은 곱슬머리에, 귀걸이, 목걸이, 팔찌가 유독 찰랑거려 돋보이는 마딘이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에게선 포근한 머스크 향이 퍼졌다.
세 팀은 각각 자신들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눴다.
모두의 관심은 제로에게 향해 있었다.
“어머, 당신이 제로군요! 베니시 킬러 제로? 홋홋홋! 다들 그렇게 불러요. 만달리움에서는 꽤 유명하다고요~!”
“내가?”
“마딘,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자.”
로지라는 소년은 마딘에게 말하고 동굴 쪽 입구로 걸어갔다. 키도 작고 나이도 어려 보이지만, 정장 차림의 옷이 깔끔하게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홋홋! 네, 로지 도련님! 그럼 다들 동굴로 가실까요?”
[마딘이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쥴록이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제로는 공명자가 늘어가니, 기분이 좋아졌다.
모두 동굴의 입구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는 구멍들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천장에서는 빛을 머금은 듯한 거대한 종유석들이 기이한 형태로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서는 석순들이 경쟁하듯 솟아 있었다.
곧이어 쌀쌀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세리아와 마딘, 타카시는 크로노 워치를 이용해 플래시를 비췄다.
어두운 부분은 플래시 빛으로 채워가며 나아갔다.
마르디에가 좁은 공간을 들어가며 먼저 입을 열었다.
“꽤 깊이 들어왔는데, 이볼은커녕 인기척도 없네…”
미미는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을 혀를 내밀어 받았지만, 물이 닿자마자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리고 뱉어냈다.
마르디에의 말대로 그들은 깊은 곳까지 들어왔지만, 그들 외에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다들 조용.”
세리아의 말에 모두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이상한 소리가 울려왔다.
고오… 고오…
소리는 동굴 깊숙이에서 들려왔다.
소리는 그들과 점점 멀어졌고, 어느새 들리지 않았다.
타카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으… 소름 돋네… 고오가 무슨 소리지? Go?”
타카시가 혀를 굴리며 말했다. 미미는 옆에서 배를 잡고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지자, 마르디에가 타카시를 째려봤다.
“…닥쳐.”
“홋홋! 여러분, 소리를 따라가는 게 좋겠어요.”
“저게 함정이면?”
“걱정 마요, 도련님. 다이브 된 것만으로도 함정투성이잖아요! 스릴 있지 않아요?!”
로지는 익숙한 상황인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이동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한 번씩 지나자, 다시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제로는 소리의 출처가 불분명해지자, 답답한지 소리쳤다.
“숨지 말고 나와!”
제로의 말은 동굴에서 몇 번이나 울렸다. 제로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가 당황했다.
그리고 그때,
고오…! 고오…! 고오…! 고오!
소리가 가까워졌고, 모두 긴장한 듯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소리는 갑자기 사라지고 동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울렸다.
타카시가 세리아에게 말을 건넸다.
“후… 정말 놀랐어요.”
“이것 봐!”
제로의 한마디에 모두가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제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타카시가 앞에 있는 풍경을 보고 말했고, 모두는 연발하여 감탄했다.
“홋홋! 도련님 이거 보세요! 사방이 에메랄드예요! 푸르스름한 게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로지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높은 천고에, 사방이 푸른색 원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벽과 바닥을 가리지 않고 에메랄드 결정들이 박혀 있었다.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에메랄드를 보며 모두가 감탄했다.
타카시가 자그마한 에메랄드를 하나 집어 들더니, 세리아에게 건넸다.
“아름다운 세리아 씨. 제 마음을 받아 주세요! 우린 이제 부자예요!”
“풉!!”
세리아는 그를 무시하고 앞으로 갔다.
그의 동료 마르디에는 실컷 비웃었다. 거절당한 타카시는 낙심한 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제로와 일행들이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갔다.
제로가 바닥을 보고 말했다.
“피가 있어.”
“여러 명이 죽은 거 같아. 피가 엄청 많이 흩어져 있어.”
세리아가 묻은 피를 만져보고 말을 이어갔다.
“얼마 안 됐어…”
윙-
“홋홋! 여러분 안녕! 부르주아팀 마딘이라고 해요! 이번에 우리가 발견한 걸 보세요! 에. 메. 랄. 드 동굴! 그리고 섬뜩한 피까지! 홋! 이번엔 다들 기대하시라고요! 도련님, 제 팬들에게 인사 한번 해 주세요!”
마딘은 스트리밍을 켜며 방송을 시작했다.
마딘의 위에는 실시간 촬영 기기 ‘나비’가 마딘을 중심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마딘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로지는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보였다. 로지의 등장에 마딘에게 후원금이 꽤 들어왔다.
그때, 괴상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고오! 고오!! 그어어어!!
에메랄드 끝쪽에서는, 두 마리의 이볼 형태가 보였다.
한 이볼은 제자리에 서 있는 채로 목만 늘어나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 이볼은 신체에 비해 커다란 두 팔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다.
목이 늘어나는 이볼이 먼저 제로를 향해 빠르게 다가와 흉측한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 공격했다.
팍!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로가 대처하지 못하자, 미미가 먼저 이볼의 공격을 저지하고 길어진 목을 잡아챘다.
뒤이어, 커다란 팔을 흔들며 다가오던 이볼이 미미의 오른팔을 향해 공격했다.
퍽!
로지가 정장을 펄럭이며, 미미에게 오던 공격을 한쪽 팔로 막아냈다.
그러고는, 주먹으로 강하게 팔을 내려쳤다. 이볼이 괴로워하며 소리쳤다.
목이 잡힌 이볼은 침을 흘리며, 계속해서 허공을 씹고 있었다.
미미가 한 손으로 잡고 있는 목을 강하게 조이고 왼손으로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동굴에서는 미미가 계속해서 얼굴을 내리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저 녀석 힘 좀 쓰는데?”
뒤이어, 타카시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일본도를 꺼내 들고 달려 나가 이볼의 긴 목을 베려했지만 빗나갔다.
챙!
“이 자식이…”
챙!
챙, 챙!
뱀처럼 기다란 목은 미세한 근육들을 컨트롤하는 듯, 미미에게 맞으면서도 타카시의 검을 피했다.
검은 몇 번이나 땅에 박혔다.
“도련님! 뒤에 조심하세요!”
로지가 한참 커다란 팔을 공격할 때, 다른 쪽 팔이 로지를 향해 빠르게 공격해왔다.
“어딜 감히!”
쥴록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며 로지를 공격하는 팔을 두 주먹으로 쳐냈다.
맥없이 날아가는 다른 쪽 팔이 종유석에 크게 부딪혔다.
미미를 지켜보던 세리아는 미미에게 소리쳤다.
“미미, 뒤에!”
미미가 잡고 있던 이볼은 멀리서부터 목의 길이를 줄이며,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미미는 잡고 있는 목을 놓고, 뛰어오는 이볼을 향해 달렸다.
둘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미미가 오른쪽 어깨에 힘을 단단히 주고, 이볼에게 돌진했다.
퍼억-!
커다란 충돌 소리가 동굴 안을 강하게 울렸다.
미미는 충돌된 자리에 떳떳이 서 있었고, 이볼의 몸은 처음에 서 있던 장소까지 멀리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길어진 목은 몸을 향해 길이가 줄고 있었다.
로지와 사투하던 이볼은 로지의 온 힘을 다한 일격에 팔이 부서지는 듯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팔은 너덜거리며 힘없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로지는 양복을 가다듬고 멀리 있는 이볼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제 저놈만 남았나?”
제로는 로지의 실력을 감탄하며 바라봤다.
움직임이 재빠르고, 센스 있게 공격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
로지를 보며 제로의 마음 한구석에는 용기가 꿈틀거렸다.
“마지막 놈은 내가 잡는다!”
제로는 주머니에 있던 오른손에 푸른색 장갑을 착용하고, 목을 자유자재로 늘리는 이볼을 향해 달렸다.
- 제로
- 조율력: 310 (+200)
‘제로 조율력이 또 200이나 늘었어…’
세리아는 급격하게 증가한 조율력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타카시와 마르디에가 제로를 보고 대화를 나눴다.
“조율력이 왜 늘었지?!”
“저런 건 처음 봐…”
“조율력은 보통 임무가 끝나고 늘어나는 게 정상 아니야?!”
조율력이 100단위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 좌표 공간 내에서는 특히 조율력이 늘어나는 일은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
세리아뿐만 아니라, 달려가는 제로를 보며 모두가 놀랐다.
제로의 장갑에서는 스파크가 일어났고, 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으로 이볼의 오른뺨을 가격했다. 주먹 끝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격렬하게 압축되었다 터져나갔다.
펑-!
파악!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먹이 닿기도 전에 이미 이볼의 목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석순에 얼굴이 그대로 박히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제로는, 아까 로지의 공격을 생각해내고 홀로 서 있는 몸을 강하게 공격했다.
공격은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래도 꿋꿋이 서 있는 이볼을 계속해서 가격했다.
몇 번이고 공격당한 이볼은 몸을 축 늘어지며 벽에 박혀 있는 얼굴을 빼내지도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기뻐하기도 전에 제로의 눈앞에는 많은 창이 떠올랐다.
[네덜란드 용자가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한국 1835님이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속고속아님이 당신의 공명자가 되었습니다!]
… … .
[케팔님이 당신에게 후원금 1,000σ 을 기부했습니다! #제로 멋져요!]
- 제로
- 공명자 : 50 (+43)
- 시길 : 1,300σ (+1,000σ)
“어지러워! 창이 왜 이리 많이 뜨는 거야!?”
제로가 눈앞에 뜬 창들을 전부 닫는 순간,
키킥!
“?!”
“제로!!”